상기도 저항 증후군을 아시나요?
상기도 저항 증후군(UARS): 인식의 사각지대에 놓인 수면의 방해자
상기도 저항 증후군은 일반적인 수면무호흡증처럼 명백한 무호흡이나 저호흡 현상은 드러나지 않지만, 상기도가 좁아지면서 수면 중 호흡 흐름에 저항이 증가하고, 이로 인해 자율신경계가 반복적으로 각성하는 상태를 말한다. 겉으로 보기에 산소포화도는 유지되고, 코골이도 심하지 않아서 진단이 놓치기 쉽지만, 환자는 낮 동안 이유 없는 피로, 집중력 저하, 아침 두통, 기분 변화 등을 겪으며 삶의 질이 점차 저하된다.
겉으로는 멀쩡한데 왜 이렇게 피곤할까?
UARS 환자들은 종종 “수면을 충분히 했는데도 개운하지 않다”고 말하며, 낮 시간에는 졸림보다 피로감과 무기력함을 호소한다. 이것은 상기도가 충분한 공기 흐름을 유지하지 못해 미세한 각성이 반복적으로 발생하고, 깊은 수면 단계로의 이행이 방해받기 때문이다. 무호흡이나 심한 저호흡이 관찰되지 않기 때문에 수면다원검사에서 일반적인 수면무호흡증으로 진단되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이 미세각성(micro-arousal)은 자율신경계에 지속적인 스트레스를 가하며, 수면의 질을 구조적으로 망가뜨린다.
신체 안에서 조용히 일어나는 긴장 반응
상기도 저항이 증가하면 폐에서의 음압이 커지고, 이로 인해 흉곽 내부 압력이 감소하며 교감신경이 각성된다. 이는 심박수 증가, 혈압 상승, 그리고 혈관 수축을 유발하여 심혈관계에 부담을 준다. 자는 동안 일어나는 이 교감신경 항진 상태는, 아침 기상 직후 두통이나 가슴 두근거림, 피곤함의 원인이 된다. 더 나아가 이러한 상태가 반복되면 고혈압, 인슐린 저항성, 만성 피로 증후군 등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누가 잘 걸릴까? 리스크 프로파일
UARS는 체중이 비교적 정상이고, 코골이가 심하지 않으며, 폐쇄성 수면무호흡증의 명백한 징후가 없는 사람에게 주로 나타난다. 특히 목둘레가 얇거나 얼굴형이 가늘고 좁은 경우, 또는 혀와 입천장이 구조적으로 좁은 사람에게 흔히 관찰된다. 이는 골격적 특성과 해부학적 구조가 호흡 흐름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특히 여성과 젊은 성인에서 더 빈번하게 진단된다. 이는 수면무호흡증이 남성에게 더 흔한 것과는 대조적인 양상이다.
진단의 어려움과 수면다원검사의 한계
일반적인 수면무호흡증 진단 기준인 Apnea-Hypopnea Index(AHI)는 UARS를 포착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UARS에서는 완전한 무호흡이나 저호흡보다는 호기 기류의 미묘한 감소와 연속적인 각성이 주된 문제이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RERA(Respiratory Effort Related Arousals)’라는 지표가 중요해진다. 이는 호흡 노력의 증가에 따라 발생하는 미세각성을 측정하는 지표로, UARS의 존재를 나타내는 단서가 된다. 그러나 많은 검사기관에서는 RERA를 정량화하지 않거나, 분석 기준이 일관되지 않아 진단율이 낮다.
UARS의 치료는 단순히 숨쉬기를 도와주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치료는 상기도의 저항을 줄이고 수면 중 자율신경의 안정화를 도모하는 데 초점이 맞춰진다. 가장 기본적인 치료법은 양압기(CPAP)를 사용하는 것이다. 이는 수면무호흡증 환자들에게도 흔히 사용되며, UARS 환자에게도 호흡의 안정성과 미세각성의 감소를 유도한다. 그러나 일부 환자들은 상대적으로 낮은 양압에도 불편함을 호소하며 장기적인 사용을 어려워한다. 이런 경우에는 구강내 장치(oral appliance)로 하악을 전방으로 이동시켜 기도 공간을 확보하거나, 비강 확장기와 같은 보조 기구를 병행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수면 외적인 접근도 병행되어야 한다
UARS는 단순히 물리적인 기도 문제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교감신경 항진과 관련된 만성 스트레스, 과민성 대장 증후군이나 섬유근육통과의 연관성도 보고되고 있으며, 이는 자율신경계의 전반적인 불균형이 이 질환의 배경에 있음을 시사한다. 따라서 인지행동치료(CBT), 이완 훈련, 명상과 같은 비약물적 접근도 유의미한 개선을 도모할 수 있다. 특히 심리적 긴장이 상기도의 긴장도와 자율신경계 각성 상태에 영향을 주기 때문에, 수면 위생뿐 아니라 전반적인 신체-정신적 조절 전략이 요구된다.
왜 지금 UARS를 주목해야 하는가?
많은 환자들이 ‘진단되지 않는 피로’로 수면클리닉을 방문하고, 기존의 검사에서는 ‘정상’ 판정을 받는다. 그러나 삶의 질은 급격히 나빠지고, 직업적 수행능력, 정서적 안정성까지 흔들린다. UARS는 그런 사람들에게 명확한 해답이 될 수 있다. 지금까지는 단지 “예민하다”거나 “잠이 얕다”는 말로 무시되었던 증상이, 실제로는 생리학적 근거를 가진 수면장애였던 것이다. 조기 진단과 적절한 개입이 이루어진다면, 이들은 단순한 수면 회복을 넘어 일상 전반에 걸친 기능의 회복을 경험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