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목터널증후군(Carpal Tunnel Syndrome)
현대인이라면 핸드폰, 노트북, 랩톱등 다양한 IT기기 사용은 우리 실생활에 뗄래야 뗄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핸드폰 멀리하기, 노트북 멀리하기등 현대인의 정신 건강을 지키는 실질적인 전략이 되고 있다. 특히 손목터널증후군과 같은 근골격계 질환, 디지털 눈 피로, 수면장애, 주의력 결핍 등과도 직결된다. 그럼 이 손목터널증후군은 무엇인지 알아보자!
손목터널증후군은 단순한 손 저림으로 시작되지만, 그 이면에는 정밀한 해부학적 구조와 반복적인 미세 손상이 만들어낸 복잡한 병태가 자리 잡고 있다. 이는 손목 안쪽의 좁은 통로인 수근관(carpal tunnel) 내부를 통과하는 **정중신경(median nerve)**이 압박받으면서 발생하는 신경병증이다. 수근관은 손목뼈와 인대로 둘러싸인 견고한 구조로 이루어져 있는데, 그 안에는 정중신경 외에도 굵고 미끄러운 굴곡건(flexor tendons)이 함께 지나간다.
정중신경은 엄지, 검지, 중지 그리고 약지의 일부까지 감각을 공급하고 손의 정밀한 움직임을 조절한다. 이 신경이 압박될 경우, 초기에는 밤에 저림이 심해지며, 시간이 지나면 물건을 쥐거나 정밀한 손동작에 장애가 생긴다. 그러나 이러한 증상은 단순한 신경 압박의 결과만은 아니다. 조직학적으로 보면, 반복적인 손 사용에 의해 수근관 내부의 활액막(synovial sheath)이 부풀고, 이로 인해 내부 압력이 상승하면서 신경의 혈류가 차단된다. 신경은 압박에 매우 취약하며, 순식간에 허혈 상태에 빠지게 된다.
손목터널증후군은 단순히 타이핑을 많이 하는 사람에게만 생기는 질환이 아니다. 반복적인 손목 굴곡 동작을 요구하는 직업군에서 특히 흔하지만, 내분비 질환(예: 당뇨, 갑상선기능저하증), 임신, 비만 등의 전신적 요인도 위험도를 높인다. 특히 임산부는 체액저류로 인해 수근관 내 압력이 증가하면서 일시적인 증상이 발생할 수 있으며, 출산 후 자연 소실되는 경우도 많다.
전기진단학적으로는 신경전도검사(NCV)와 근전도검사(EMG)를 통해 진단하게 되며, 정중신경의 지연된 전도 속도는 진단의 핵심 지표이다. 하지만 증상이 초기라면 이들 검사에서도 정상이 나올 수 있어, 임상적 판단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최근에는 고해상도 초음파를 이용해 정중신경의 단면적을 직접 시각화함으로써 보다 정밀한 진단이 가능해졌다. 손목터널의 단면이 10mm²를 넘는 경우 병적 범주로 간주하기도 한다.
치료는 단계별 접근이 필요하다. 초기 단계에서는 손목 고정 스플린트를 야간에 착용하고, 손목의 과사용을 줄이는 것만으로도 증상이 완화될 수 있다. 그러나 증상이 3개월 이상 지속되거나 근력 저하, 지속적인 감각 이상이 동반된다면 스테로이드 주사나 수술적 감압술이 고려된다. 수술은 대부분 수근 횡인대를 절개하여 신경에 가해진 압력을 해소하는 방식이며, 최근에는 내시경을 이용한 최소 침습적 방법도 보편화되고 있다.
단순히 손 저림을 방치하다가 결국 손의 감각을 영구적으로 상실하는 경우도 있으므로 조기 개입이 중요하다. 특히 엄지 쪽의 두꺼운 근육인 **무지구근(thenar muscle)**이 위축되기 시작하면 이는 회복이 어렵다는 신호이다. 기능적 손실이 발생한 뒤에는 재활치료와 작업치료가 병행되어야 하며, 손의 미세 조작 기능을 회복하기 위한 근력 강화 운동이 필요하다.
예방적 차원에서 손목을 장시간 굴곡하거나 압박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예를 들어 키보드 높이를 조정하거나, 손목 받침대를 사용하는 것도 도움이 되며, 1시간마다 5분 이상 손을 털고 스트레칭하는 습관이 증상을 억제하는 데 효과적이다. 또한, 손목의 중립 자세(neutral position)를 유지하려는 노력이 장기적으로 신경 압박을 줄이는 핵심 전략이 된다.
손목터널증후군은 단순한 국소 질환처럼 보이지만, 그 발생은 전신 건강과 생활 습관의 반영이며, 근골격계 전반에 부담이 축적된 결과로 해석할 수 있다. 이는 단지 ‘손목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가 어떤 방식으로 일하고, 쉬고, 몸을 관리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지표라 할 수 있다. 고도로 정밀한 인간의 손을 지키기 위해서는 손 자체보다 손을 움직이는 ‘환경’을 먼저 돌아봐야 한다.
손목터널증후군은 예방이 가능하며, 조기 발견 시 치료 예후도 매우 우수하다. 다만 무시하거나 방치한다면 단순한 저림이 만성적 손 기능 저하로 발전할 수 있다. 따라서 평소 손목 건강에 대한 관심을 게을리하지 말고, 이상 증상이 느껴질 때는 즉시 전문의의 진단을 받는 것이 중요하다.